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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산티아고 순례길

Day 0 - 순례길이 시작하는 곳, 생장 (크레덴시알, 55번 알베르게)

'생장피에드포르'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이 시작하는...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길(Camino Frances)이 시작하는 곳.

 

생장은 프랑스의 피레네 산맥 북동쪽에 위치한 작은 산간마을이다.

 

프랑스길을 시작하려는 순례자들은 무거운 배낭과 함께 설레임을 가지고 온다.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2박 3일간 여행을 하고 팜플로나를 거쳐 생장으로 왔다.

 

아침부터 일찍부터 기차를 타고 또 버스를 타니 오후 4시가 되서야 이 곳에 도착을 했다.

 

순례길 첫 숙소인 55번 알베르게에 가기 전, 크레덴시알을 만들어야해서 우선 순례자 사무실로 향했다.

 

크레덴시알이란?

크레덴시알은 순례자들이 사용하는 여권이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해당 구간을 통과했음을 증명하는 스탬프를 받아야한다.

이 스탬프를 스페인어로 세요(Sello)라고 하는데 알베르게, 성당, 바, 식당 등에서 받을 수 있다.

크레덴시알이 없으면 알베르게에 묵을 수 없고 도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순례 완주 증명서를 받을 수 없다.

가격은 2유로.

 

이 길을 따라서 올라오면 순례자 사무실과 55번 알베르게로 갈 수 있다.

 

구글맵에 순례자 사무실을 도착지로 정하고 걷기 시작했다.

 

구글맵이 알려준 길로 따라 들어오니 예쁜 골목이 있었다.

 

생장의 길은 쉬지 않고 계속 걷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작고 소박한 마을이지만 활기가 넘치는 느낌이었다.

 

 

생장피에드포르 순례자 사무실

 

5분정도 걸었을까? 순례자 사무실로 보이는 곳에 배낭을 맨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사무실에는 3명의 직원들이 있었고 각 직원은 한번에 3명의 순례자들을 도와줬다.

 

잠시 기다리다가 내 차례가 되었고 순례길 참가신청서를 작성했다.

 

참가신청서를 작성 한 후 프랑스길에 대해 안내를 받았다.

 

프랑스길은 첫 날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 나폴레옹루트와 발카로스루트로 갈 수 있다.

 

많은 순례자들이 나폴레옹루트를 선호한다.

 

그 이유는 나폴레옹루트로 가게되면 발카로스루트보다 아름다운 광경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피레네 산맥을 한번에 넘는 것이 부담스러운 순례자들에게는 산 중턱에 오리손 산장이있어 하루 쉬었다가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리손에서 보는 일출도 장관이다.

 

내가 생장에 도착한 것은 4월초였지만 아직도 내리는 폭설 때문에 나폴레옹루트로 가는건 힘들어보였다.

 

눈이 무릎에서 허리 높이까지 오고 시야가 전방 5m도 확보가 안되고 있다는 소식에

 

발카로스루트로 가기로 결정했다 (사실 어떤 루트로 가든 Roncesvalles 에서 만난다).

 

어제도 순례자 3명이 나폴레옹루트로 진입했다가 구조되었다고 했다.

 

동절기인 11월 1일에서 3월 31일까지는 나폴레옹루트를 폐쇄하고 통행을 제한하는데
이 시기에 나폴레옹루트를 진입하면 12,000유로의 벌금과 구조비를 지급해야한다.

 

안내를 받은 후 2유로를 내고 크레덴시알을 받았다.

 

크레덴시알에 첫 세요를 받았는데 순례길을 시작하는게 실감이 났다.

 

순례자 사무실 한 쪽 창문에 있는 방명록에 날짜와 서명을 썼다.

 

방명록을 훑어보니 한국인들의 이름도 꽤 보였고 많은 순례자들이 나와 같은 날에 생장에 도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순례자 사무실에는 배낭 무게를 측정할 수 있는 저울이 있었는데

 

무게를 측정하는 순례자들에게 배낭 무게를 물어보니 대부분 7kg 에서 10kg 사이였다.

 

내 배낭을 들어 무게를 측정하는 고리에 걸었다.

 

6kg... 7kg.... 8kg...

 

덜컹하더니 화살표가 12kg을 향한다.

 

정말 필요한 것만 가지고 왔다고 생각했는데도 포기하지 못한 물품이 많은 것 같다.

 

첫 날 배낭을 메고 한번 걸어보고 무게를 줄일지 결정하기로 했다.

 

필요한 일을 다 마무리하고 오늘 숙소인 55번 알베르게로 향했다.

 

생장피에드포르 55번 알베르게

 

55번 알베르게는 많은 순례자들이 오는 공립 알베르게다.

 

5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자리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55번 알베르게 입구로 들어가니 알베르게를 관리하는 오스피탈레로가 반갑게 인사했다.

 

오스피탈레로: "Hello, where are you from?"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나: "From Korea" (한국에서 왔어요.)

 

오스피탈레로: "오. 안녕하세요."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건네는거보니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오긴 하는 것 같다.

 

여권과 크레덴시알을 내고 체크인을 하는동안 알베르게 이용방법과 주의사항을 숙지했다,

 

"아침을 어떻게 해결할까?" 하며 고민했는데 조식을 준다는게 좋았다.

 

숙박비 10유로를 내고 방으로 안내 받았다.

 

 

생장피에드포르 55번 알베르게

 

방으로 들어가니 벌써 많은 순례자들이 있었다.

 

다들 순례길 첫날을 준비한다고 짐 정리하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방에는 2층 침대가 8개 정도 있었는데 아래층 자리는 없었고 위층만 세자리가 남아있었다.

 

남은 자리에 배낭을 풀고 주변 순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한국에서 온 순례자들도 있었고 독일, 일본, 덴마크에서 온 순례자들도 있었다.

 

 

생장피에드포르 55번 알베르게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알베르게 뒷마당으로 갔다.

 

뒷마당에는 진달래꽃이 피어있었고 순례자가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크레덴시알에 찍혀있는 세요를 보며 하나씩 채워갈 생각에 설레였다.

 

내일 걷게될 루트와 목적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마을 산책을 위해 알베르게를 나왔다.

 

 

생장피에드포르

 

알베르게로 오기위해 걸어왔던 길을 따라 다시 내려갔다.

 

순례길 걷기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생장의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순례자들도 있었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나온 순례자들도 있었다.

 

검정 털을 가진 강아지는 어슬렁거리며 순례자들 사이를 다녔다.

 

 

생장피에드포르

 

나는 마을 구석구석이 궁금해져서 길이 이어지는데로 계속 걸었다.

 

구글맵을 켜지 않았고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지만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고 조그마한 언덕위에서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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